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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Writings

심리학에게 묻다_방통대_기말과제물

Jay___Kim 2023. 12. 23. 09:02

기분일기

 

2023619. 날씨 흐림.

 

  이 날은 12년 동안 늘 내 옆에 웃어주었던 내 여동생이자 반려견 띵똥이가 영원한 깊은 잠에 빠진 날이다.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 오히려 무덤덤했다. 그 날, 내 감정의 날씨는 내내 흐렸지만 끝내 슬픔의 비를 내리진 않았다. 비가 올 듯 어두웠지만, 끝내 내릴 수가 없었다. 띵똥이는 백색의 뽀얀 털의 앙칼진 포메리안이다. 나는 미안하게도 이 귀여운 녀석을 오랜 시간 동안 오해한 적이 있었다. 불러도 쳐다만 보고 잘 오지 않는 녀석. 이 예민한 성격의 띵똥이가 우리 집에 온 후 7-8년 동안은 귀여워만 했지 진정으로 살갑게 대해 주진 않았던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띵똥이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쓰러졌을 때부터 내 마음에 슬픔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진공 상태였던 마음이 띵똥이의 존재로 슬픔이라는 것이 내렸다. 그 후로는 요 작지만 내게 있어서는 점점 커져갔던 녀석에게 맑은 날을 선사하기 위해 진심으로노력했다. 산책도 더 자주 갔고, 띵똥이 건강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강아지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은 늘 따스한 기쁨의 봄날 같았다.

 

  부모님이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띵똥이도 멀어졌다. 한달에 많으면 4번 적으면 2번 시골의 집에 가서 띵똥이로부터 힐링을 받았다. 도시 생활에 나를 얼릴 것만 같았던 우울함이 이 조그만 녀석의 미소와 반기는 몸 동작에 사르르 녹아 따뜻한 기쁨과 편안함을 느꼈다. 나는 여전히 주기 보다는 많이 받았다. 늦은 나이지만, 더 늦기 전에 이 친구에게 좋은 기억을 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가르쳤다. 앉아 밖에 모르던 녀석에게 엎드려, 악수, 짖어, 기다려 를 알려주었는데, 곧잘 따라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띵똥이가 내 마음 속에 더 깊이 들어와 따스한 햇살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느껴지고 기억난다. 여전히 다행스러운 것은 띵똥이의 거의 모든 부분을 만져보고 느껴보았다는 사실이다. 쫑긋했던 귀, 살짝 거칠었던 코와 맨들맨들한 입술, 고소한 향이 났던 발바닥, 부정교합이 있던 하단의 앞니까지도. 띵똥이를 아주 가깝게 끌어 안으면 맡을 수 있었던 그 흰털 향은 내게 한 겨울의 한줄기 햇살 같은 따뜻한 마음 놓임을 선사했다.

 

  6192주 전, 띵똥이가 토를 하고, 밥을 잘 먹지를 않는다는 전화를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뒤부터 늘 비가 왔다. 2주 동안 슬픔과 걱정의 폭풍우가 쳤다. 관절에도, 눈에도, 귀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나, 몸 안쪽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췌장염. 그 먹을 것을 좋아했던 녀석이 먹질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띵똥이가 내가 서울에서 가져갔던 삶은 닭가슴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나는 의사의 오진이라고 확신했었다. 띵똥이는 점차 느려졌고, 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다. 그 녀석의 미소는 내게 행복의 햇살 같았다. 띵똥이는 늘 나를 반겨주었고 지켜봐 주었다. 저장되어 있는 사진과 동영상 속의 띵똥이는 여전히 내 곁에 살아있는 것만 같다. 여전히 따스한 봄날의 햇살처럼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만 같다.

 

  평상시에 감정에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담아두는 것이 나 자신을 더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을때는 상대방에게 솔직히 말하거나, 그냥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기분 일기의 대상으로 누굴 선택할지 생각했을 때, 사람은 없었고, 내게 깊은 슬픔과 미안함 그리고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띵똥이가 자연스레 생각났다.

 

  띵똥이와의 지난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내가 그 친구에게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기에, 더 온전히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다. 특히, 감정에 날씨라는 것을 입혀보니 객관적인 글보다 더 내 진심과 가깝게 표현할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띵똥이를 다시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내가 얼마나 그 녀석을 아꼈는지, 내가 느끼고 있었던 것보다 더 아꼈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이제 더이상 나는 슬픔의 비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내게 주었던 봄날의 햇살 같은 띵똥이의 미소를 떠올리며 나 또한 미소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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